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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7일 | 목회칼럼 | 비움을 넘어 채움으로

비움을 넘어 채움으로

창밖으로 봄을 재촉하는 늦은 겨울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겨울이 우기이기 때문에 겨울에 내리는 비가 한해의 강우량을 좌우합니다. 가뜩이나 남가주 지역 강우량이 올 겨울은 평년의 3분의 1 밖에 미치치 않았기에,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더욱 정겹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비를 좋아하고 반가워하는 것은 비온 후에 몰라보게 달라지는 남가주의 맑고 깨끗한 공기 때문입니다. 미국 폐 협회(American Lung Association)가 미국 내 대기오염이 심한 순위를 도시별로 조사해서 상위 25개 지역을 발표했는데, 그 중에 1위가 로스엔젤레스이고 불명예스럽게도 2위에서 5위까지를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도시들이 모두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남가주로 이사 오기전에 약 20년 가까이 살던 미 남부 동네는 일주일 중 이틀에서 사흘은 장대비같은 소낙비가 쏟아지는 곳이기에, 비가 없는 날은 싸파이어를 갈아 뿌린 듯한 청명한 하늘이 가슴 벅차게 열리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남가주로 이사온 후 운동을 위해 야외로 나가기 전에 항상 하는 것이 있습니다. 공기 오염도 (air quality index)를 체크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비가 내리고 나면 적어도 며칠은 공기오염도를 체크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반가운 비 손님이 다녀가고 창 밖으로 파란 하늘과 하얀 양떼구름이 눈부시게 펼쳐집니다. 이젠 운동을 하러 나가야 하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갑자기 급해집니다.

그래도 우리 교우들과 꼭 나누어야할 이야기를 빼어 놓을 순 없죠. 네 ~ 우리의 심령과 삶에 끼어 있는 오염 물질을 깨끗이 씻어내릴 뿐 아니라, 메마른 심령을 회복시키고 생명으로 풍성하게 하는 ‘은혜의 단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사순절은 주님의 십자가 보혈의 은혜로 우리의 마음과 삶의 구석구석에 끼어있는 욕심과 더러운 죄악이 씻어질 뿐 아니라, 고난과 세상의 염려로 타들어가고 있는 메마른 우리 마음에 성령의 단비가 촉촉히 내려서 새로운 힘과 능력으로 회복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신앙의 삶은 비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운 후에 무엇을 채우는 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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