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7일 | 목회칼럼 | 소망이 없는 자처럼 슬퍼하지 않지만

소망이 없는 자처럼 슬퍼하지 않지만

깊은 가을이 시작되는 10월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남가주 날씨는 아직도 90도 100도의 기온을 예보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무덥고 긴 캘리포니아의 올여름을 지내면서 지쳐버린 마음에 만추(晩秋)의 쓸쓸함이 성큼 다가와버렸습니다.

휄로쉽 교회 사역의 열두 해를 몇달 남겨둔 요즈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을 채웁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로 이어지면서 사랑하던 여러 교우들을 떠나보내며 목회자로서 느끼는 아픔입니다.

창너머로 보이는 석양의 노을이 어젠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 이유가 엔젤레스 국유림에 몇 주째 계속되고 있는 밥켓이라는 산불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붉고 아름다운 석양이었지만 어김없이 서쪽 하늘 너머로 서서히 기울고 있었습니다. 지는 노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내게도 올 석양의 시간이 생각났습니다.

함께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기며 돌보고 아끼던 교우들이 주님의 부름을 받아 천국으로 가는 시간들을 맞이할 때마다, 이 세상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가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목사로서 마음이 안타깝고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천국은 이 세상과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곳이고, 고통이나 질병, 가난, 배신, 미움, 절망 같은 것도 없는 곳인데, 천국으로 떠나는 성도들 앞에서 믿음의 사람이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물론 그러한 때에도, 우리는 소망이 없는 자처럼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살전 4: 13). 왜냐하면, 우리는 장차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이고, 영원의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이 땅에서 이전처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고 웃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 아프고 아쉽습니다. 성경을 보면, 우리 신앙의 선배들도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할 때 많이 슬퍼하고 아쉬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아파하는 것은 믿음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는 가을에는 앞서간 믿음의 지체들을 추억하며 많이 그리워하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오늘 우리에게 남겨진 소중한 시간동안 함께 있는 교우들과, 더 많이 사랑하며, 돌아보며, 아끼면서 주의 영광을 위한 거룩과 성결의 삶을 힘쓰겠습니다.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키면서…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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