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 시인의 마을 “안개는 말이 없다”
안개는 말이 없다
온 마을은 안개로 덮이고
나무들도 서로가 혼자이다.
풀과 돌은 모두 외롭고
가슴이 막힌 듯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새벽, 안개 속을 헤매면서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안개는 말이 없다.
멀리서 산울림처럼 들여오는 소리
“땅에서 넘어진 자 말씀 안고 일어나라!”
목양실의 음성이 내 귓전에 메아리 친다.
“믿음으로 기다려라!” 오직 주께 기도를,
바람이 살며시 분다.
안개는 서서히 뒷걸음질 해가고
십자가 아래 새벽이 열리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