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그리스도와 함께 참여한 자가 되리라 | 히브리서 3:14 |

2022년 11월 20일 | 목회 단상 | 감사한 일이 아니라 감사한 사람들

매해 추수 감사절기가 되면 한 해동안 주님께서 베푸신 은혜의 손길을 뒤돌아보며 감사의 제목들을 정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은퇴를 앞두고 유난히 다사 다난했던 올해 감사의 내용을 정리하다가, 지난 40년을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맹목적인 감사가 아닌 진심어린 감사를 위해 이런 저런 추억의 일들을 정리하다 보니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피는가 하면 아련한 감동이 밀려와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기도 했습니다.

25세의 젊다기보다는 어린 나이에 목사 안수를 받고 전방 백골부대로 배치되어 십자군 교회에서 목회할 때, 부대 장교 및 부사관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교인들이 햇병아리 목사의 설익은 설교를 들으면서도 잔잔한 미소로 섬기며 도와주셨던 일들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막 결혼한 새신랑 목사와 신부 사모를 반갑게 맞이하여 축복하여 주었던 수송학교 교회 성도들, 막 태어난 첫 아이를 데리고 심방을 다닐 때마다 내 식구처럼 아끼고 사랑을 쏟아주었던 논산 국군통합병원 교우들의 얼굴이 기억났습니다. 미국 유학생 신분으로 학생교회를 목회하였을 때 유난히 십자가의 은혜와 감격 그리고 눈물의 역사가 많았던 스탁빌 교회, 주말 목회였음에도 매주일 예배에 힘을 다하여 섬겨주셨던 해리스버그 교회는 대학 타운에 세워진 젊은 유학생 중심의 교회들이었습니다.

가정같은 교회가 무엇인가를 체험할 수 있었던 라피엣 교회와 저의 교만을 꺾으시기 위해 주님께서 저를 훈련시키는 동안 그 힘든 교회 갈등을 잘 견디어 주었던 뉴올리언즈 교회는 이민 목회가 무엇인가를 몸으로 체험했던 믿음의 공동체였습니다. 그리고 제 목회 중 가장 오랜 기간이었지만 주님의 은혜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진리를 가슴 절절이 배우게 한 남가주 휄로쉽 교회, 그 가운데 가장 감사한 것은 어려운 시험과 도전 중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남은 그루터기의 휄로쉽 성도들입니다.

감사의 제목들을 정리하며 감사의 일들을 기억해 나가다가, 이 모든 감사가 지난 40년간 주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만났던 소중하고 정겹고 감사한 얼굴들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감사는 어떤 일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감사한 일이 아니라 감사한 사람들, 바로 여러분들로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하기로 하였습니다. 할렐루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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