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4일 | 목회칼럼 | 추석에 그리는 고향 생각

추석에 그리는 고향 생각

미국 생활이 30년을 훌쩍 넘기면서 이젠 한국 명절이 많이 낯설어졌습니다. 추석 명절은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추석에는 전통적으로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왔기 때문에, 우상숭배를 배격하는 기독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명절이었습니다. 더구나, 이민의 삶을 사는 우리에겐 추석과 비슷한 명절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이 있다보니 추석과 더 멀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카톡 메신저의 사용이 일상화 되면서 한국에 있는 형제들이나 옛 친구들에게서 추석 인사가 계속 ‘카톡 카톡…’하면서 울리다보니 “아하 ~ 한국엔 지금이 추석이구나”는 감각이 생겨났습니다. 올해 받은 추석 메세지 중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그림 카드가 있었습니다.

설에는 옷을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 먹는다”는 속담처럼 한가위에는 곡식과 과일이 풍성하여 인심이 가장 좋기 때문에, ‘…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어렸을 때 자랐던 충북 영동은 가난과 배고픔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도 기억나는 추석 명절은 앞집 영애네에서 일년 유일하게 푸짐한 추석떡을 한 소쿠리 담장너머로 넘겨주었던 행복하고 풍성한 날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의 부친은 늦게 신학 공부를 하시며, 올망졸망한 네 자녀를 데리고 전도사로 목회하실 때였기에, 먹을 것이 유독 궁했습니다. 그런데 민족의 최대명절이라 일컫는 추석은 앞집의 따뜻하고 후한 인심으로 유일하게 배부르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제사음식을 안먹는 것을 알기에, 제삿상에 올리기 전에 시루에서 떡을 꺼내어 먼저 한 소쿠리 보냈던 그 앞집 사람들의 마음과 얼굴들이 새삼 그리운 추석입니다.

“고향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돌아갈 고향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 육신의 고향이 아닌, 영원한 고향 말입니다. 이 땅의 고향에는 다시 돌아가 살 수 없더라도, 우리의 영원한 본향에 갈 것을 알고 믿기에, 추석을 맞아 옛 고향 추억을 되살리는 마음이 그리 서글프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휄로쉽 가족 여러분! 고향을 향한 기쁨으로 오늘도 주 안에서 행복하십시오.

0 Comments

Add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