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그리스도와 함께 참여한 자가 되리라 | 히브리서 3:14 |

2018년 1월 14일 | 목회단상 |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제가 어렸을 때에 저희 집에는 피아노를 배우던 큰 누님 덕분에 피아노 곡 레코드판이 여러장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되던 해에 오페라 곡 레코드판이 하나 생겼습니다. 어렵고 지루한 피아노 곡에 비해서 합창곡 위주로 선곡된 오페라를 듣는 것은 저에게 새로운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제 타고난 성격이 밝아서 그랬던지 개선 행진곡, 투우사의 노래, 대장간의 합창 같은 경쾌하고 밝은 곡들은 좋아했는데, 훌륭한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인데도 즐겁게 감상하지 못했던 어둡고 무거운 곡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곡 이름이 오페라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었습니다.

이 ‘나부코’는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세번째 오페라 작품으로 구약 성경에 나오는 느부갓네살 왕의 이름을 이탈리아식으로 줄여서 부른 것입니다. 이 오페라가 1842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을 때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67회 연속 공연을 하는 대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이 성공의 배경에는 그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의 민족적 상황이 있었습니다.

바벨론에 잡혀와서 고된 노역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본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려는 의지와 소망을 잃지 않고 있었던 히브리 노예들의 노래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민족의식과 자유를 향한 열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바벨론 포로생활 가운데서 부르던 유다 백성들의 노래, 오스트리아 왕가의 통치하에서 자유를 갈망하던 이탈리아인들의 노래, 그리고 어둡고 힘든 상황속에서도 믿음의 사람들이 부를 수 있는 소망의 노래가 바로 ‘노예들의 합창’입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이 곡을 들으면서 가졌던 그 아쉬움이 이곡의 배경을 알게된 지금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에 보면 바벨론의 포로생활 가운데 있었던 유다 백성들의 노래는 슬픔과 비탄의 노래가 아니라 소망과 믿음과 기쁨의 노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올 한해는 베르디의 노래가 아닌 구약성경이 증거하는 노래, 곧 믿음과 소망과 기쁨의 노래를 많이 부를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어떤 환경과 형편이더라도, 그 상황을 뛰어넘는 믿음의 찬송 말입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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